어떤 사회가 수준 높은 좋은 사회인가, 사회발전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리고 그것은 어떻게 ‘측정’하고 ‘비교’할 수 있는가 등의 규범적이고 경험적인 질문들에 대해 사회과학자들은 어떤 대답과 기준을 제시할 수 있을까. 서울대학교 사회발전연구소 ‘사회의 질(Social Quality)’ 연구팀의 이러한 문제의식을 우리나라의 대표적 연구지원기관인 한국연구재단(구 한국학술진흥재단)이 중요하게 평가하여 연구비를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본 연구팀이 공동연구를 시작한지 벌써 3년이 되어 간다. 본 연구팀은 1990년 후반에 경제발전을 넘어서 사회통합이 절실해진 유럽에서 처음으로 제안된 ‘사회의 질’ 연구와 논쟁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국제적인 협력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활발한 국내외 공동연구를 수행해 왔다. 특히 크게 두 가지 점에 노력을 집중했다. 첫 번째는 해방이후 산업화와 민주화를 거쳐 세계사에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성공적인 현대사를 개척해 왔으면서도, 국민들의 불신과 불만, 그리고 불안이 팽배한 현재의 사회현상을 어떻게 분석하고 설명할 것인가에 대한 천착이었다. 두 번째는 도대체 아시아 인접국들이나 유럽의 선진국들은 사회발전에서 어떤 위치에 있고, 어떻게 변화해 왔는가에 대한 물음이었다. 이러한 질문들에 대한 심층적 분석은 우리의 미래 방향탐색에 유익한 방향타를 찾도록 할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본 연구팀에서는 2007년부터 3년간 진행된 1단계 연구에서 사회의 질이라는 프레임을 통해 전국 국민의식조사를 몇 차례 시행하여 그 결과를 분석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한국사회의 변화를 분석하는 작업을 묶어 『한국사회의 트렌드를 읽는다』(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2009)라는 단행본으로 출간하여 우리 사회 여러 층으로부터 주목을 받은바 있고, 올 봄에는 『위험사회, 위험정치』(서울대출판문화원 2010)라는 책을 통해 위험사회로 접어든 한국사회의 다양한 정치화 과정을 사회의 질 프레임을 통해 재해석하려는 시도를 한 바 있다. 여러 통계 및 조사 자료들을 분석하여 한국사회의 질을 경험적으로 측정하고자 한 이 책은 본 연구팀의 세 번째 산물이다.
한국사회의 변화를 추적하기 위해서는 날줄과 씨줄이 필요하다. 다른 사회와의 비교를 통해 우리의 상대적 위치를 가늠할 수 있고, 시간축 위의 궤적을 따라가 보면 앞으로의 변화의 방향도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목적으로 본 연구팀은 지난 2년여 동안 약 90여 개의 지표들을 선별하고, 일일이 개념을 검토하고 가용한 자료의 출처를 뒤져가며 한국의 ‘사회의 질(Social Quality)’을 보여줄 좌표를 구성하고자 노력하였다. 그동안 많은 우여곡절과 어려움이 있었는데, 첫 번째는 개념적인 혼란이었고, 두 번째는 자료의 빈곤이었다. 이 책을 출간하는 이 시점에도 이 어려움을 극복하려는 작업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감히 출간을 결정한 이유는 지표화는 영원한 미완일 수밖에 없다는 자각 때문이다. 이 어려움은 우리만 겪고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보다 먼저 시작한 유럽의 학자들은 95개의 경험지표를 매우 연역적으로 도출해 냈지만, 여전히 국가 간 비교의 틀을 만들기 위해 씨름하고 있다. 유럽의 지표체계를 수용하여 우리보다 먼저 아시아적 맥락으로 재구성하고자 노력한 대만국립대학의 사회의 질 연구팀도 여전히 분투하고 있다. 본 연구팀의 이번 작업은 유럽과 대만의 연구에서 진일보한 것이다. 본 연구팀은 이 리포트를 발판으로 삼아 사회의 질 연구의 이론과 방법론을 정교화하는 작업을 계속할 것이다.
이 연구는 전형적인 공동연구의 성과물이다. 2008년부터 반복된 수십차례의 연구팀 회의를 거쳐 사회의 질을 구성하는 90여 개 지표들의 타당성과 신뢰성에 대한 토론을 거쳤으며, 그 토론을 바탕으로 네 명의 전임연구원들이 일차적으로 자료를 수집하고 분야별 초안을 마련하였으며, 이 과정은 박경숙 교수가 총괄하였다. 그리고 전체 연구진은 초안에 대한 수차례 윤독을 거쳐 더할 부분과 뺄 부분을 정하였다. 이렇게 절차탁마하는 동안 연구진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고형면 박사는 서울사이버대학교의 교수로, 안정옥 박사는 부산대학교 교수로, 장진호 박사는 광주과학기술원의 교수로 영전하였으며, 남은영 박사와 김주현 박사 그리고 이원재 박사가 새로운 전임연구원으로 영입되어 장상철 박사와 함께 연구에 합류했다. 이원재 박사는 다시 전체 원고를 정리하여 거칠고 모난 부분을 다듬는 마무리 작업을 해주었다.
이 보고서가 나오기까지 두 세부연구책임자인 이재열 교수와 장덕진 교수는 아시아와 유럽의 연구팀들과 원활한 협력을 이루면서 내부토론과정을 잘 이끌어 주었고, 공동연구자인 보건대학원의 조병희 교수와 사회복지학과의 안상훈 교수, 사회과학자료원의 구혜란 박사는 날카로운 토론과 풍부한 자료제공으로 책의 내용을 풍부하게 해 주었다. 사회학과 대학원생 김선민, 김란우, 임재성, 김정환, 윤수연, 송수연 조교는 긴 공동연구에 참여하면서 각자의 학위논문을 쓰고 새로운 단계로 비상을 준비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연구소 살림을 챙겨주시는 장경섭 소장님과 늘 같은 모습으로 사회의 질 연구총서를 깔끔한 단행본으로 엮어 주시는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의 여러분들에게 감사드린다.

머리말

제1장 사회의 질 지표 체계
1. 사회발전과 사회의 질
2. 사회의 질 조건 요인들의 조작적 정의와 측정

제2장 안전의 동향분석
1. 들어가며
2. 소득과 소비, 빈곤
3. 주거, 범죄, 환경오염
4. 건강과 돌봄
5. 노동
6. 교육

제3장 응집의 동향분석
1. 들어가며
2. 신뢰
3. 통합적 가치와 규범
4. 사회 네트워크
5. 정체성

제4장 포용의 동향분석
1. 들어가며
2. 시민적 권리
3. 노동시장
4. 사회적 서비스
5. 사회적 네트워크

제5장 역능의 동향분석
1. 들어가며
2. 지식기반, 사회적 역능성, 사회의 질
3. 노동시장, 사회적 역능성, 사회의 질
4. 제도의 개방성과 제도적 지원 체계
5. 공적인 공간
6. 개인의 사회적 관계망

참고문헌
부록: 사회의 질 지표 자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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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